
캠핑 장비는 한 번에 다 사면 백만 원이 훌쩍 넘는다. 그런데 처음 몇 번에 실제로 필요한 것은 얼마 안 되고, 나머지는 빌리거나 집에 있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사야 할 것과 미뤄도 되는 것을 나눠 봤다.
처음부터 사는 것
침낭과 매트다. 캠핑에서 가장 큰 불만은 추워서 못 잤다는 것인데, 그 원인은 대부분 침낭이 아니라 바닥이다. 땅은 체온을 빠르게 빼앗아서 매트 없이는 아무리 좋은 침낭도 소용이 없다. 두께 삼 센티미터 이상의 자충 매트나 폼 매트를 먼저 챙긴다. 침낭은 사용 온도를 보고 실제 기온보다 오 도 낮은 것을 고른다.
빌려도 되는 것
텐트는 캠핑장에서 대여하는 곳이 많다. 두세 번 빌려 보고 인원과 스타일이 정해진 뒤에 사면 크기를 잘못 고르지 않는다. 이인용이라고 적힌 텐트는 실제로는 성인 둘이 겨우 눕는 크기라, 짐까지 생각하면 인원보다 한 단계 큰 것을 고르게 된다. 이런 감각은 빌려 봐야 생긴다.
집에 있는 것으로 되는 것
식기, 수저, 도마, 칼, 담요, 수건은 집 것을 그대로 가져가면 된다. 캠핑용이라고 파는 것은 가볍고 접히는 것이 장점이지 오토캠핑에서는 필요 없다. 의자와 테이블만 있으면 나머지는 집 살림으로 충분하다.
조명과 불
헤드랜턴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 화장실에 가거나 설거지할 때 손이 자유로워야 한다. 랜턴은 밝은 것 하나보다 은은한 것 두세 개가 분위기도 좋고 눈도 편하다. 전기 사이트라면 충전식으로 충분하다.
화로대와 조리 도구
고기를 구울 생각이면 화로대와 집게, 토치가 필요하다. 다만 많은 캠핑장이 직화를 금지하고 화로대 사용을 요구하니 규정을 미리 확인한다. 버너 하나만 있으면 라면과 찌개는 되니 첫 캠핑에 화로대까지 갖출 필요는 없다.
빌려 보고 사는 순서
장비 대여는 하루 몇만 원이지만 잘못 산 텐트 하나보다 훨씬 싸다. 캠핑장에서 빌리거나 장비 대여 업체를 이용하면 서너 번은 빌려 쓸 수 있고, 그동안 우리 가족에게 맞는 크기와 형태가 분명해진다.
빌려 쓸 때마다 무엇이 불편했는지 적어 둔다. 텐트가 좁았는지, 설치가 어려웠는지, 짐이 많았는지. 그 메모가 살 때의 기준이 된다. 캠핑 장비는 중고 시장이 활발해서 한 시즌 쓰고 팔아도 손해가 크지 않다는 점도 부담을 덜어 준다.
장비를 살 때는 무게와 부피도 함께 본다. 오토캠핑에서는 상관없지만 나중에 차박이나 백패킹으로 넓어질 수 있고, 그때 큰 장비는 쓸 수 없다. 접었을 때 크기가 얼마인지, 차 트렁크에 다 들어가는지를 매장에서 확인한다. 장비가 늘어날수록 이 문제가 현실이 된다.
앞 글에서 정한 캠핑장 유형에 맞춰 이 목록을 줄이면 된다. 오토캠핑장이면 절반은 빌리거나 집에서 가져갈 수 있다. 장비는 캠핑을 계속하게 만드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부족한 채로 한 번 다녀오면 무엇이 필요한지 몸이 알려 준다.